나는 사실 경영 서적류를 많이 읽지 않는다. 종종 너무 수준에 못 미치는 문장으로 이뤄진 책들도 있고 해서 그렇기도 하고, 지나고 나서 돌아보는 모습은 항상 멋지게 그려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추천으로 이 책을 접하게 되었고, 내가 디즈니를 좋아하기도 해서 읽게 되었다. 그런데 수필 수준의 놀라운 문장 전개에 너무 재미있게 빠져들었고, 빠르게 읽어내려갔다. 읽어가는 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 디즈니 CEO의 배움과 고뇌가 교훈으로 느껴져서 전율하기를 여러번했다.
가장 큰 감명은 맨 마지막 페이지에서 였다.
지금의 내가 누구이고 어떤 상태에 이르렀든, 본질적으로 우리는 여전히 오래전 지금보다 단순했던 어느 시기의 꼬마라는 느김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리더십의 비결 또한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나에게 막강한 힘이 있고 내가 중요한 사람이라고 온 세상이 부추기더라도 본질적 자아에 대한 인식을 놓치지 않는 것이 바로 리더십의 비결이라는 얘기다. 세상이 하는 말을 지나치게 믿기 시작하는 순간, 어느 날 거울을 보며 이마에 자신의 직함이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 이미 삶의 방향은 사라진 것이다. 삶의 여정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든 나는 언제나 지금까지의 나와 같은 사람이다. 이 사실은 아주 어렵지만 가장 필수적인 교훈으로 마음에 담아 두어야 한다.
'디즈니만이 하는 것 - 로버트 아이거, 398p'
나는 PIXAR의 에니매이션에 열광하고, MCU의 열렬한 팬이다. 그런데 디즈니 안에서 이것을이 잘 어우러지게 되는 과정은 몰랐다. PIXAR는 원래부터 디즈니 것인 줄 알았는데, 스티브 잡스가 CEO로 있던 스타트업이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이 외의 인수합병 이야기도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PIXAR, Marvel, 두 회사가 디즈니에 합병되고 지금의 모습을 만들어 온 로버트 아이거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흥미진진했다.
과감하게 리스크를 취하고, PIXAR, Marvel 각 기업의 문화를 존중하면서 디즈니 안에서 잘 어우러지게 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스티브 잡스와의 인연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결단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리스크를 택하는 데 있어서, 깊이 있는 분석이 수반되었고, 다른 기업의 문화와 융합하기 위해서 그 기업에 대한 존중이 중요했다.
이 책의 서두에 '좋은 일은 잘 키우고, 나쁜 일은 잘 관리하는 10가지 원칙'이 나온다.
낙관주의, 용기, 명확한 초점, 결단력, 호기심, 공정성, 사려 깊음, 진정성, 완벽주의, 고결함.
명확한 초점, 결단력, 공정성, 사려깊음이 내게는 가장 크게 와 닿았다.
명확한 초점은 우선순위를 자주, 명확하게 알리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이고, 결단력은 리더는 견해의 다양성을 장려하되 결정을 내리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라고 말한다. 공정성은 사람들을 공정하고 품위 있게 대하는 태도가 겸비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또한, 사려 깊은 태도를 가진 사람은 지식과 정보를 수월하게 얻고, 의견을 제시할 때 더욱 신뢰받는다는 것이다.
디즈니의 CEO라면은 비범한 사람일 줄 알았는데, 아주 평범한 사람이 배우고 자라서 CEO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나도 조금은 더 스스로 정신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어떤 조직의 팀장이 된 지 오래되지 않았는데, 아래의 글귀가 참 와닿았다.
직원들에게 무언가를 수행하라고 지시하는 것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주입하지 않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대기업에서 과장, 차장을 경험하면서, 아래 직원들에게 일을 시키는 것이 참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고, 여전히 후배들을 만나면 과장, 차장 시절은 업무 지시하는 법을 배우는 시절이라고 나는 강조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경험하지 않고 리더가 된다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조직을 이끌어 가면서 극도의 스트레스에 봉착했을 때에 이러한 상황을 이겨내는 유일한 방법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주변 사람들을 최대한 평온하게 대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내가 스트레스 받아서 주변 사람들을 더욱 피로하게 느끼게 만든 적은 없는지 반성해보면, 여러 순간이 떠올라서 얼굴을 붉히게 된다.
그리고 리스크를 취하는 그의 태도는 아래 문장에서 느낄 수 있다.
세상에 100% 확실한 것은 없다는 사실 또한 인정해야 한다. 주어지는 데이터의 양과는 무관하게 여전히 그리고 궁극적으로 의사결정은 리스크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그 리스크를 감수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는 결국 당사자의 직감에 의해 결정된다.
지금까지 디즈니를 이끌어온 3가지 핵심
1) 고품질의 브랜드 콘텐츠를 창출하는 데 회사가 보유한 시간과 자본의 대부분을 쏟아부어야 한다.
2) 가능한 최대 범위까지 신기술을 수용해야 한다.
3)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변모해야 한다.
이 세가지가 지금까지 디즈니를 이끌어온 것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기억해두고 싶어서 남겨본다.
배울 것이 너무 많았던 책이라 중언부언 독서후기를 남기게 된다. 그리고 수려한 한 편의 수필과 같이 쓰여내려간 그의 자서전에서 공감하면서 배움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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